교복 소매에 밴 담배 연기와 컵라면... 28년 만에 다시 여는 아덴의 문 리지니에 대한 기억.


리니지 추억.

당시에 생각나는 일화 재구성

안녕하세요.

아이온2는 현재 29렙에서 멈춰있고,
더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그만두었습니다.
이번에 리니니 클래식이 나온다고 하니..
옛날생각이 나서 한번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1998년 12월쯤에서 1999년초 쯤을 기억합니다.
아마도 겨울방학이였을거같습니다.
단골로 다니던 동네 PC방에서 처음으로 리니지라는 게임을 접했습니다.
당시에는 게임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고,
시스템이나 목표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냥 만화가 원작인 게임이다 정도만 알고 있었죠.
저와 친구들은 그저 필드를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는 몬스터들을 잡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세계에 접속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PC방 사장님(당시에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기억하고 있음, 넥슨 개발자 출신이였음)
단골인 저희보고는 그냥 사장님 말고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습니다.
아무튼 형과 그 친구분들이
저와 친구들을, 같이 혈에 들어와서 게임하지 않겠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은 이미 리니지를 클베때부터 하던 분들이였던거 같아요.

그렇게 저는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로 처음 혈맹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형(?)들은 게임의 기본적인 구조부터 사냥 방법, 장비에 대한 개념까지 하나하나 알려주었습니다.
혼자서는 가지 못하던 사냥터에 함께 데려가 주었고,
죽으면 다시 불러 세워주며 같이 웃고 놀았습니다.
그 시절 리니지는 게임이기 이전에,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하나의 놀이터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게임을 하는것들이 즐거웠습니다.
틈틈히 리니지라는 게임을 즐기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99년도 말~00년도 쯤이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리니지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저희도 뭐 성을 먹어보려고 공성전이라는걸 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희가 메인은 아니였지만 당시에 동맹혈? 뭐 이런거였던걸로 기억합니다.
평소 조용하던 단골 PC방은 거의 혈맹원들로 가득 찼고,
묘한 긴장감이 PC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막내 요정으로서 화살 한 발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마우스를 놓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화려한 스킬도, 압도적인 광역 마법도 없었습니다.
기사들의 체력과 요정들의 원거리 지원,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터지는
마법사의 이럽션 한 방에 모든 것이 걸려 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공성전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끝내 성문은 열리지 않았고,

성 위에 걸린 문장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전투가 끝난 뒤 PC방 안은 묘하게 조용해졌습니다.
누군가는 다음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습니다.
환호 대신 키보드 소리만 남아 있던 그 장면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패배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승리했을 때의 기쁨보다, 실패하고도 서로를 탓하지 않던 그 분위기,
캔커피를 나눠 마시며 다음 공성을 이야기하던 시간이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화면 속 성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함께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리니지 클래식 발표 소식을 접했을 때,
커뮤니티의 반응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최고 아이템이나 빠른 성장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예전처럼 함께 모여 사냥하고 실패하고 다시 준비하던 그 과정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월 29,700원의 정액제 소식은,
다시 한 번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시절과 닮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질문도 떠올랐습니다.
이제 제 나이는 마흔넷이 되었고, 그때 저를 이끌어주던 형들과 삼촌들은 어느덧 오십, 육십 대가 되었을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다시 같은 시간에 접속해,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을까요.
예전처럼 아무 부담 없이 시간을 쏟을 수 있을지는 쉽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또 하나의 질문도 따라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필드를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잡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그 감정,
공성에 실패하고도 함께 웃을 수 있었던 그 연대감을 과연 다시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감정은 게임이 아니라, 그 시절과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덴 대륙에 발을 한번 들여볼까 합니다.
오늘 저녁 8시에 3차 서버 오픈을 한다고 합니다.

당시에 즐겼던 서버는 아니지만, 오래 하지는 못할거라 생각이 들어서
잠시 추억에 빠져볼수는 있을거 같습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리지니는 어떤 모습인가요?